(2) 실증사례 및 상담사례
① 절벽에서 굴러떨어진 돌을 머리에 맞는 꿈→ 곤역을 치르다.
필자의 꿈체험담으로, 1999년 2월말의 어느날 일요일 밤의 꿈이다. 절벽에서 굴러 떨어진 돌에 맞아 머리에 큰 혹이 나는 꿈을 꾸었다. 부풀어 오른 혹을 만지던 것이 생생하다. 꿈속에서 절벽위에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위쪽에 대고 소리치기를 "야! 이 자식들아. 돌멩이가 떨어진다면 떨어진다고 알려줘야 피할 것 아냐!" 라고 화를 내고 있었다.
꿈을 깨고 나서 안좋은 꿈이라고 생각했다. 굴러 떨어지는 돌에 머리를 맞아 크게 혹까지 나서 어루만지는 꿈이었으니--. 하지만 황당하게 전개되는 상징적인 꿈이기에 꿈의 결과는 피할 수 없을 것이며, 머리에 약간의 부상을 입게 되거나, 재물의 손실이나 곤역을 치르는 일로 실현될 것으로 생각했다. 다행인 것은 혹이 나는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었다. 꿈에 머리가 갈라졌거나, 피가 나오거나 등등으로 전개되었다면, 더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을 예지해주는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꿈을 꾸고 나서, ‘행동을 삼가는 도리밖에 없다. 그러면 큰 화를 면하고 조그마한 화로 넘어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황당하게 전개되는 상징적인 미래예지 꿈의 경우에는 꿈의 실현을 절대로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을 필자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비가 오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없지만, 우산을 쓰면 비 맞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듯이, 삼가고 근신한다면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음날인 월요일에 동창회 총무에게서 고교 동문모임이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발령이 나게되니 송별연 겸해서 토요일 18:00시에 동문 모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인생을 살다보니, 그래도 부담없이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나누고, 정겨운 시간을 갖게 되는 동문 모임이 제일 편안했다. 그리하여, 바쁜 와중에 잊지 않고, 토요일에 약속 장소인 ‘배나무집’이라는 곳으로 갔다. 그러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친구들이 없는 것이었다. 나 자신뿐이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IMF로 인한 특수상황이라, 교사 발령이 나지 않아, 사정이 생겨 동문모임이 취소되었던 것이었다. 필자 자신은 발령이 나지는 않았지만, 취소 연락도 없었고, 정기 모임이려니 생각하고 나갔던 것이었다. 몇 명씩 있던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는 취소 연락이 다 되었는데, 필자가 있던 곳은 혼자이다 보니 연락이 된 줄 알고 미처 취소연락을 못한 것이었다.
필자는 어쩔수 없이 씁쓰레한 마음으로 그대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술 한 잔 하려는 마음에 운전을 하지 않고 택시를 타고 갔기에, 다시 나올 때는 걸어나와야 했다. 택시 타기도 어려운 곳이고, 어느 정도 걸어 나오다 보니, 집도 멀지 않아 그제서야 택시를 잡기도 뭣했다.
하지만, 20∼30분 걸어 돌아오는데, 그날따라 날씨가 매서웠다. 추위를 무릅쓰고 돌아오면서, ‘나쁜 놈들 취소되었다면, 취소되었다고 연락을 해야 알 것 아냐’라며, 친구놈들 욕을 많이 했다. 집앞에 거의 다 온 순간, 꿈을 떠올리고는 일주일 전 꿈의 실현이 이루어진 것을 깨달았다. “돌멩이가 떨어진다면 떨어진다고 알려줘야 피할 것 아냐.”라고 화를 내는 꿈의 실현이 “동문 모임이 취소되었다면, 취소되었다고 연락을 해야 알 것 아냐”인 것으로 실현된 것이었다. 머리의 혹의 상징이 매서운 추위에 고생을 하며 걷게 되는 일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던 것이었다. 필자 스스로 절벽에서 굴러 떨어진 돌에 맞아 머리에 혹이 나는 표상 전개의 꿈으로 보아,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머리가 깨지거나 터지는 꿈보다는 경미한 일로 일어날 것임을 예지하고 있던 터였다.
이것이 꿈의 세계이다. 꿈의 상징의미와 현실에서 벌어진 일의 전개과정과 하나도 틀리지 않고 있다. 필자의 경우에, 나쁜 꿈이 나쁜 일로 실현되었다고 해서, 그 꿈이 실현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즉, 꿈의 상징표상과 현실에서 실현된 일의 전개과정이 일치해야 비로소 그 꿈이 실현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에, 꿈을 반대가 아닌, 비유․상징․유추 등으로 해몽해보면 틀림이 없다.
상징적인 미래예지 꿈의 결과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가 꿈연구를 하고 나서 얻은 결론이다. 다만, 일깨움을 주는 경고성 성격의 꿈의 경우는 피할 수 있다. 사실, 꿈연구를 하면서 필자가 번뇌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과연 우리 인간의 운명이 예정되어 있는가?’이다. 위에 예로든 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일요일에 돌이 굴러 떨어지는 꿈을 꿀 당시에, 필자 자신만이 토요일에 동창회에 나가서 허탕을 치게 되고 추위에 떨면서 돌아오게 되는 곤역을 치르게 될 일이 벌써 예정되어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예지적인 꿈과 현실에서의 실현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고민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예지적인 꿈의 세계는 태몽의 세계에서 더욱 놀라운 예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주일 뒤가 아닌, 몇십년 뒤에 나타날 인생의 운명의 길을 태몽의 한 장면으로 정확하게 예지하고 있는 것이다.
